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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영화

죄 많은 소녀(After My Death), 김의석

"내가 먼저 죽었어야 했어." 이 영화가 그려내는 10대 여성 집단의 역학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대사.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자살한다는 <파수꾼>의 역설적인 상황이 상처와 나약함은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감춰야 한다는 남성 호모소셜 집단의 규칙을 반영한다면, <죄 많은 소녀>는 여성 청소년이 또래 집단에서 권력을 갖기 위해선 자신이 무고한 희생양임을 증명해야 함을 보여준다. 최고 권력자가 일진이 아니라 예수인 곳에서, 자기파괴는 사회적 요청이고 가장 성숙한 인물이 그것을 실행으로 옮긴다.


20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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