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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상대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무지한 채 저지른 일로 상대가 크게 상처받았을 때, 그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군상. 망각, 합리화와도 자기연민과도 싸우는 사람들. 이 시대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묘사. 2018.12.06. 더보기
소년이 온다, 수상소식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수상 내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으나, 널리 읽혀야 할 글이 널리 읽히게 되는 일이라면야. 게다가 아끼는 작품을 만나면 주변에 영업하기 바쁜 나로서는, 소감을 공유할 사람이 늘어날 것이 더 없이 기쁘다. 문장 부호가 드문 글이다. 따옴표나 느낌표가 없고 의문문이어도 물음표로 끝맺지 않는 문장이 많았다. 여러 차례 속으로 곱씹고 되뇌다보니 네 것인지 내 것인지 알 수 없어진 말들 같아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향해서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좋았다. 쓴 이가 그토록 눌러 적은 것이라 읽는 나에게 이렇게나 묵직한가, 읽힌다기보다는 새겨지는 것 같은가, 했다. 그렇지만 이 글 전체에 대해서 무어라 말을 얹는 것은 .. 더보기
82년생 김지영 마감과 마감 사이, 아주 잠시의 틈을 타서 을 읽었다.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 갔다. 그럴 수 있었다. 처음 읽지만 아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소설인지 르포인지 자기서사인지, 명료하게 구획된 장르에는 들어맞지 않는 글이었다. 많은 여성 독자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김연수의 에서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남겼던 대서사시가 떠올랐다. 몰아치는 역사의 질곡이 당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을 똑같은 모양으로 빚어내었기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동시에 지루해했다는 그 글. 다양성과 개성의 시대라는데, 여자라고 뭔갈 할수없단 거 다 옛날 일이라는 말도 많은데, 어째서 여성의 삶은 이토록 서로 닮아있는가 예외가 허락되지 않는가. 동형적인 삶을 조형해내는 파도가 여전히 세차게 때리운다. 내가 하는 작업에 대해 생각했다.. 더보기
대안으로서의 농담과 축제: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대안으로서의 농담과 축제: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무의미 “쇼펜하우어의 위대한 사상은 말이오, 동지들, 세계는 표상과 의지일 뿐이라는 거요. 이 말은 즉, 우리가 보는 세계 뒤에는 어떠한 실재도 없다, Ding an sich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이 표상을 존재하게 하려면, 그것이 실재가 되게 하려면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말입니다. 그것을 부과하는 막대한 의지 말이오.” “(...) 진짜 문제는 이거예요. 지구에 있는 사람만큼 세계의 표상이 있다는 것. 그건 필연적으로 혼돈을 만들지요, 이 혼돈에 어떻게 질서를 부여할까요? 답은 분명해요. 모든 사람에게 단 하나의 표상만을 부과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의지에 의해서만, 단 하나의 막대한 의지, 모든 의지 위의 의지에 의해서만 부과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