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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SEMINAR 기고글]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 시각예술 웹진 SEMINARISSUE 4.http://www.zineseminar.com/wp/issue04/04-abortion/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글. 은진 1. 여전히/더욱, 인구정책이제 낙태죄에 관한 논의에서 인구정책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키워드가 되었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도화선 삼아 전개된 낙태죄 폐지 운동은 임신중단을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조명했을 뿐 아니라, 낙태죄와 인구정책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한 비판의식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정부가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컸던 1960-1970년대에는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공공연하게 권장하기까지 하다가,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자 낙태죄 처.. 더보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 '키다리 아저씨'를 비틀어내다 '나의 아저씨'는 논란이 많은 작품이었다. 방영 전부터 주인공 커플의 나이차가 부각되어 뭇매를 맞았고, 제작사가 인물관계도를 수정하여 둘 사이 애정선을 지운 뒤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별적인 씬의 연출이나 대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주된 비판의 초점은 '처지가 훨씬 나은 40대 아저씨 옆에 최악의 현실에 처해있는 20대 여성을 붙여서 아재들이 자기위로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점인 듯 하다. "기득권 아재들의 피해자 코스프레"(황진미), "아재들을 위한 위무곡, 아재에게도 결례"(이승한), "'영포티' 판타지 재생산하는 게 예술?"(김종성) 등. 김종성은 한 발 더 나아가, "왜 굳이 45세 남성과 21세 여성이 서로의 삶을 치유해야 하나"라며 "SBS 에서 손무한과 안순진, 두 중년 남녀의 관.. 더보기
[드라마] 마더 - 어머니'들'의 이야기,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 상찬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리메이크임에도 원작을 넘어서는 연출, 정서경작가가 새로 쓴 대사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다양한 어머니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 중 평면적인 인물은 없었다. ‘혼자 밥 차려먹다 서글퍼져서 떠올리는’ 그런 엄마가 아닌(어느 작가는 지도생들이 이렇게 써오면 무조건 돌려보낸다고도 했다, 게으른 상상력을 탓하며), 저마다의 사정, 욕구, 개성을 지닌 존재로 어머니를 그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으로도 의미 있다 여겼다(이 지점에선 이혜영분 영신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미혼모 이슈도 녹여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무엇보다, 성장 스토리라서였다. 스스로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일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진이 혜나를 만나 엄마가 되기로 결.. 더보기
가장 특수하며 가장 보편적인 해방의 지식, 해방의 정치 ―『흑인 페미니즘 사상』 3부: 흑인 페미니즘, 지식, 권력 『흑인 페미니즘 사상』 (패트리샤 힐 콜린스) 3부 흑인 페미니즘, 지식, 권력 10. 초국가적 맥락에서 본 미국 흑인 페미니즘 미국 흑인 페미니즘은 ‘교차성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흑인여성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는 지평을 열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또한, 지배가 조직되는 방식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지식과 힘기르기(empowering)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지배 매트릭스’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여러 억압이 한 사회적 위치에서 취하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형태의 권력조직을 지칭한다. 따라서 시기별로 국가별로 조직된 방식의 실제적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나, 여러 억압이 서로 맞물려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보편성을 띤다. ‘.. 더보기
[rough summary]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총 3부로 이루어진 책의 1부와 3부 부분 요약임.**사실 요약이라기보단 인용구 목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러프함. 서문 “억압받는 집단은 지배집단에게 친숙하거나 편안한 언어로 자신들의 관념을 개념화할 때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상황에 종종 놓인다. 이러한 요구는 우리 자신의 관념과 작업의 의미를 변화시켜서 결국 지배집단의 관념을 추앙하게 만들곤 한다.” (초판 저자서문 中)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나는 나의 개인적인 관념을 종이 위에 공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내심 꺼리는 불편함을 극복해야 했다. “한 개인일 뿐인 내가 어떻게 흑인 여성이라는 커다랗고 복잡한 집단을 대변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물어야 했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더보기
페미니스트 인식론, 입장론, "강한" 객관성: 샌드라 하딩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샌드라 하딩 지음, 조주현 옮김,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여성들의 삶에서 생각하기」, 나남, 2009(Sandra Harding, 「Whose Science? Whose Knowledge?: Thinking from Women's Lives」, 1991) 1. "자연과학의 가치중립적 객관성"이라는, 거짓된 신념에 대한 비판 -과학분야 내 여성들의 숫자가 적고, 그 적은 수의 여성들조차 고투해야만 했을 뿐 아니라,-과학과 기술은 오랫동안 성차별적인 방식으로 남용되고 오용되어 왔으며(ex.재생산기술이 여성의 건강을 남성의 건강보다 훨씬 경시하고, 여성이 스스로의 몸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개발되어 왔다는 사실), -성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편견에 의해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 더보기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현실과 그와 유리된 법적 인식 : <베라 드레이크>와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을 중심으로 ***2015년도에 썼던 글인데, 최근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촉발되는 듯하여 업로드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현실과 그와 유리된 법적 인식: 와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을 중심으로 1. 서론 낙태가 전면적으로 금지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가임기 여성의 49.8%가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경험이다.(박형민, 2011) 그러나 1970년대부터 인구 정책의 일환으로 낙태가 정부 차원에서 허용·권유되었던 것이지 여성의 권리나 재생산권의 측면에서 쟁취해낸 것이 아니기에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재, 낙태를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득세하고 이에 여성주의 진영이 맞서면서 비로소 .. 더보기
다양성과 보편성 ​​여전히 (적어도 학내 여성주의 운동판에서는) 페미니즘을 자유주의페미니즘/급진주의페미니즘/마르크스주의페미니즘/포스트모던페미니즘 등으로 구획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듯 싶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목표는 정의로운 사회여야 한다"는 지향을 또렷하게 가지고 있는 한, 특정 사상가나 조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거나 방점을 찍을 수는 있어도, 배타적으로 하나와 동일시하기보다 현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여러 이론들을 조화시켜내는 것이 필요하며 오히려 바람직하다. 아래는 김희강(2006) 논문의 일부로, 거대이론과 동일성논리를 비판함으로써 급진주의 페미니즘이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포스트모던페미니즘 조류가, 어떻게 다시 두가지 조류와 만나면서 페미니즘을.. 더보기
[여성해방 길찾기③]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여성해방이라는 “정의(justice)”를 향해 [여성해방 길찾기③]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여성해방이라는 “정의(justice)”를 향해 * 이전 글을 읽으려면: [여성해방 길찾기①]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문화적 부정의(injustice)의 다른 이름[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앞선 글들에서는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러 활동들의 필요성과 의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계점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거센 반발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운동방식의 한계로 지적될 수는 없다. 경제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것이든 문화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것이든, 기득권과의 투쟁에 어떻게 저항이 없으리라 기대할 .. 더보기
[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 이전 글은 여기서: [여성해방 길찾기①]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문화적 부정의(injustice)의 다른 이름 문화적 부정의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화적 무시가 잘못된 분배로 환원되지 않는 이상, 사회경제적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문화적 부정의에 맞서기 위한 별도의 개선책이 요청된다. 자신의 정체성, 생활 방식, 사회적 기여도를 폄하하는 것에 맞선 투쟁. 그동안 대체로 간과되었던, 잘못된 분배로 환원되지 않는 제도화된 무시의 형식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저항. 즉, 무시‧경멸‧모욕‧비난으로 인한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정(recog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