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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기타

[드라마] 마더 - 어머니'들'의 이야기,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


상찬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리메이크임에도 원작을 넘어서는 연출, 정서경작가가 새로 쓴 대사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다양한 어머니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 중 평면적인 인물은 없었다. ‘혼자 밥 차려먹다 서글퍼져서 떠올리는’ 그런 엄마가 아닌(어느 작가는 지도생들이 이렇게 써오면 무조건 돌려보낸다고도 했다, 게으른 상상력을 탓하며), 저마다의 사정, 욕구, 개성을 지닌 존재로 어머니를 그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으로도 의미 있다 여겼다(이 지점에선 이혜영분 영신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미혼모 이슈도 녹여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무엇보다, 성장 스토리라서였다. 스스로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일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진이 혜나를 만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윤복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천천히 엄마가 ‘되어갔다.’ 드라마는 모성을 고정불변의 무언가로 자연화시키기보단 “아이가 태어나듯 엄마도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 과정은 아이와 엄마 둘이서만 동떨어져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도 담았다.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으며, 결과도 수진과 윤복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수진이 자신의 어머니(들)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고, 종국에는 여전히 아파하고 있던 자기 내면의 아이마저 스스로 안아줄 수 있게 되는 것은 치유라는 말로 부족하여 성장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된다는 건 중병을 앓는 것과 같아. 모든 사람이 그 병을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아주아주 힘든 일이야... 하지만 넌 잘 해낼 거야."


남탕영화, 소프트포르노, 양산형드라마들 사이에서 간혹 등장하는 여성서사마저 고통스럽고 기구한 인생사뿐인 점을 비판하곤 한다. 일견 마더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학대당하던 아이가 자라나 학대받는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하고, 유괴하여 도망치는 이야기. 하지만 마더는 고통과 피해의 서사에 그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차오르는 인간 내면의 어떤 에너지를, 누군가는 사랑이라고도 부르고 존엄이라고도 부르는 힘을, 장밋빛 눈가리개 없이도 직시해내었다. “엄마가 아이를 버려도 아이는 살아간다는 걸.. 그런 아이도 나중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구요.” 나는 그것이 그렇게나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2018. 0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