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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문학

소년이 온다, 수상소식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수상 내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으나, 널리 읽혀야 할 글이 널리 읽히게 되는 일이라면야. 게다가 아끼는 작품을 만나면 주변에 영업하기 바쁜 나로서는, 소감을 공유할 사람이 늘어날 것이 더 없이 기쁘다.



문장 부호가 드문 글이다. 따옴표나 느낌표가 없고 의문문이어도 물음표로 끝맺지 않는 문장이 많았다. 여러 차례 속으로 곱씹고 되뇌다보니 네 것인지 내 것인지 알 수 없어진 말들 같아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향해서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좋았다. 쓴 이가 그토록 눌러 적은 것이라 읽는 나에게 이렇게나 묵직한가, 읽힌다기보다는 새겨지는 것 같은가, 했다.
그렇지만 이 글 전체에 대해서 무어라 말을 얹는 것은 나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낀다. 설익은 글쟁이가 함부로 덧붙이는 문장들로, 신형철 평론가 말마따나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들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런 작품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문장들을 필사하고, 책장 가장 손 닿기 쉬운 곳에 두면서도, 아직은.


2017.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