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평/영화

소공녀, 임고운

소확행 권하는 사회에 대한 현실 직시. 동화 소공녀(a little princess)의 세라는 다시금 많은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그간의 가난함은 그녀의 곧은 심성을 증명해줄 고난과 역경이 되지만, 영화 소공녀(microhabitat)의 미소는 가난에서 벗어날 전망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매일의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갑을 위해 월세 내기를 포기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기로 한 비현실적일 정도로 꿋꿋한 성격은 바람 든 것, 민폐, 염치 없음이 될 뿐이다. 면전에서는 박한 말로 미소를 쫓아냈던 옛 친구들이 모여 그애 여전히 멋있게 살더라, 고 추억하는 사이, 영화는 핸드폰이 끊기고 머리가 백발이 된 채 빌딩숲 사이에 텐트를 치고 간신히 서식하고 있는 미소의 모습을 비춘다. 잠깐 들르는 정류장으로서의 소확행은 낭만화되고 따뜻한 힐링으로 칭송받지만, 성공과 안락함을 위해 내달려야 하는 경쟁적인 도시생활에 대한 대안적 삶의 양식이 될 수는 없다는 것. 그러한 선택은 물질적으로 지속되기 힘들고 아주 얄팍한 사회적 인정만이 허락될 따름이라는 것.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