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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불황과 선택적 복지의 틈바구니에서 서류더미와 관공서의 절차, 규정 따위가 무정하고 건조하게 사람을 죽여내는 부조리를 짚어내면서도, 전형적인 피해자 상으로 인물들을 그려내지 않았다. 많은 사회비판/폭로형 영화가 비판과 폭로를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를 다시금 타자화 희생자화하는 점을 경계한 것. 다니엘 블레이크는 자신의 존엄을 귀히 여기고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며, 세상의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이나 따뜻함을 놓치지 않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이토록 강건하고 인간다운 자에게 품는 감정이 동정이나 연민일 수는 없다. 존경과 존엄에의 공명으로, 그의 마지막 말이 실현되는 사회를 열망한다.


2016.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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