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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영화

아무르

나는 이 영화가 병환과 죽음 앞에서 스러져가는 사랑의 보잘것없음을 그리려고 했다고도, 윤리까지 뛰어넘어 상대방을 죽일만큼 강력한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고도 보지 않는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상대방과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나 완벽하게 일체도 아닌, 특정한 심리적 거리를 형성한다. 혹은 그 상태가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이 고통받고 그로 인해 다른쪽에게 현실적인 부담이 생겼을 때, 두 사람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상대방의 고통으로 인한 고통과 내가 겪는 고통. 영화가 묵묵히 담으려고 했던 것은 이 지점이 아닌가 한다. 질병에 대한, 죽음에 대한 영화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에 감독이 붙인 제목이 Amour, '사랑'인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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