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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공동체

[게재논문]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

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

Historical Sociological Analysis on Construction of Meanings of Abortion

 : Reviewing Law, Policy, and Discourses in Postcolonial Korean Society


저자(Authors) : 이은진 Lee, Eunjin

출처(Source) : 페미니즘 연구 17(2), 2017.10, 3-46 (44 pages) Issues in Feminism 17(2), 2017.10, 3-46 (44 pages)

발행처(Publisher) : 한국여성연구소 KOREA WOMENS STUDIES INSTITUTE

APA Style : 이은진 (2017). 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페미니즘 연구, 17(2), 3-46.



-초록-

한국의 역사 속 ‘낙태죄’는 출산제고 혹은 출산억제라는 국가의 인구 정책적 목적에 따라서, 법조문의 제·개정, 실효적 집행 여부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큰 폭으로 변천을 겪었다. 이에 이 글은 범죄의 사회구성주의적 입장에서, 역사사회학적 방법론과 포스트식민페미니즘(postcolonial feminism)의 이론적 시각을 결합하여 한국사회에서의 ‘낙태죄’를 규명하고자 시도했다. (1) 식민지기(1910~1945년); (2) 미군정기, 한국전쟁, 제1공화국(1945~1960년); (3) 개발독재기(1960~1970년대); (4) 탈권위주의 시기(1994년~ )로 시기를 구획하여 법제, 정책, 담론을 살펴본 결과, 한 시기의 법제, 정책, 담론이 다음 시기의 것으로 대체되기보다는 ‘지속’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이 쌓여 ‘변형’·‘착종’됨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현행 낙태죄 법제는 (1) ~ (2) 시기 형법상 낙태죄, (3) 시기 「모자보건법」, (4) 시기 「의료법」, 「의료법시행령」,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으로 이루어져, 통시적인 변화가 병렬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는 ‘포스트(post)’의 중의적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현행 법제하 임신할 수 있는 몸의 소유자인 여성들의 경험은 과거의 시대적 모순들이 고스란히집약된 것으로써 인식되고 청취되어야 하며, 표피의 법과 정책의 변화를 넘어 재생산을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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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 운동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낙태죄가 질문된 것32)은 희망적인 신호이다. 그간 낙태죄가 정치쟁점이 되어오지 않았다는 것, 즉 낙태의 탈정치화 내지 낙태문제의 비쟁점화가 가장 심각한 정치적 문제였던 것을 고려했을 때, 대선주자들에게 낙태에 관한 입장을 묻는 것은 진일보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양현아, 2017). 앞으로의 과제는 형법상 낙태죄의 폐지, 모자보건법 전부개정 혹은 폐지는 물론이고, 한 발 더 나아가 임신중단을 위한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고, 성평등정책 보강, 성교육 강화, 피임기술 및 의료시설 접근권 보장 등까지 의제화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역사사회학적 검토가 말해주는 것은 법과 정책을 추동하였던 관점 내지 시각의 변화 없이는 법제의 폐지나 제·개정, 정책 추진 모두 분명한 한계를 나타낼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 시점에, 적어도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태아 생명권이나 해당 여성의 처벌·비난을 둘러싼 구태의연한 논의를 넘어선, 그리고 국가 주도의 인구정책적 관점에 종속되지도 않은,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동의기반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필자의 신념은, 역설적이게도 지나간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것과 공식적으로 작별을 고해야 새로운 상상이 펼쳐질 기반이 다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식민지기로부터 해방이후 시기, 1960~70년대 가족계획사업, 그리고 탈권위주의 시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법적, 정책적 고리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여성들의 체험이 어떠했는지 이야기되지 않아왔다. 충분한 증언, 경청, 애도, 사과, 승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를 빚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