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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공동체

[페미니스트 프리즘 #2] '정의연 사태'와 쉽게 쓰인 글들 1.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계속해서 정의기억연대(舊정대협), 윤미향 당선인, 나아가 일본군‘위안부’ 운동 및 연구 전반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의연 사태’라고들 부르고 있는 현 상황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종합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은 내 능력 범위 밖의 일이라고 느낀다. 다만, 연일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분량의 언론 보도들을 겨우 쫓아가면서, 감정적인 동요를 겪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수 없이 참담해하면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으려고 애썼다.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의 마타도어를 현 사태의 핵심으로 지적하는 글에도(전지윤),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역사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를 짚는 글에도(강성현), 한-미-일 삼.. 더보기
[페미니스트 프리즘 #1] 인사말 요즘 온라인 공간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는 ‘기성 페미’와 ‘영영 페미(랟펨?)’와 ‘페미는 아니지만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퀄리스트?)’만 있는 모양이고 그 속에서 저는 이름을 잃어버렸는데요. 학부 때 학생 사회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이것저것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기를 멈춘 이들도 있습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유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에 따라붙을 낙인이 두려워서, 가 있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그때 페미니스트들을 향해 쏟아진 낙인을 감수했던, 그리고 지금도 다른 많은 사회적 낙인들에 저항하고 있는 이들이니까요. 추측하기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의사소통법이 아니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 젠더 법학을 공부하고 .. 더보기
[SEMINAR 기고글]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 시각예술 웹진 SEMINARISSUE 4.http://www.zineseminar.com/wp/issue04/04-abortion/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글. 은진 1. 여전히/더욱, 인구정책이제 낙태죄에 관한 논의에서 인구정책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키워드가 되었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도화선 삼아 전개된 낙태죄 폐지 운동은 임신중단을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조명했을 뿐 아니라, 낙태죄와 인구정책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한 비판의식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정부가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컸던 1960-1970년대에는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공공연하게 권장하기까지 하다가,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자 낙태죄 처.. 더보기
[집담회] 설리와 나 설리의 죽음을 아파한다고 해서 타인의 삶에 대한 편집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설리가 왜 죽었는지, 누가 설리를 죽였는지를 중심으로만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 추모나 애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자살 소식에 의해 크게 흔들린 사람으로서 나 또한 머리 속에서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내 멋대로 추측하고 그려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속으로 삼켜야 하는 말도 있는 법이다. 적어도 활동가나 지식인으로서 공적인 발화를 할 때에는. 그래서 망설이다 참석한 집담회에서는, 적절한 추모의 방식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설리의 자살을 다룬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말했다. 몸 담고 있어 잘 아는 대상에 대해 말하는 것 정도가 나에게 허락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더보기
[게재논문]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 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Historical Sociological Analysis on Construction of Meanings of Abortion : Reviewing Law, Policy, and Discourses in Postcolonial Korean Society 저자(Authors) : 이은진 Lee, Eunjin출처(Source) : 페미니즘 연구 17(2), 2017.10, 3-46 (44 pages) Issues in Feminism 17(2), 2017.10, 3-46 (44 pages)발행처(Publisher) : 한국여성연구소 KOREA WOMENS STUDIES INSTITUTEAPA Style : 이은진 .. 더보기
[월간 틀 기고] ‘낙태’가 ‘여성’ 이슈? –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다: 낙태죄 담론 개괄과 사회정의로서의 낙태 재구성 ‘낙태’가 ‘여성’ 이슈? –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다: 낙태죄 담론 개괄과 사회정의로서의 낙태 재구성 ** 이 글은 페미당당이 주최하는 제3회 낙태죄폐지세미나(2017년 2월)에서 발제한 내용을 연설문 형태로 담아낸 것이며, 2017년 3월호에 게재했습니다.** 에서 읽기 (click) 0. 들어가며 ―아직 남은 질문들이전에 진행된 제1회, 제2회 낙태죄폐지세미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다루었지만, 저는 여전히 아직 남은 질문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선, 카톨릭 전통이 오래된 유럽이 아닌 곳에서 낙태 문제를 다뤄온 방식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낙태와 관련하여, 유럽의 국가들과 한국의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폴란드, 아일랜드보다는 일본,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 여성들과의 .. 더보기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현실과 그와 유리된 법적 인식 : <베라 드레이크>와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을 중심으로 ***2015년도에 썼던 글인데, 최근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촉발되는 듯하여 업로드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현실과 그와 유리된 법적 인식: 와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을 중심으로 1. 서론 낙태가 전면적으로 금지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가임기 여성의 49.8%가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경험이다.(박형민, 2011) 그러나 1970년대부터 인구 정책의 일환으로 낙태가 정부 차원에서 허용·권유되었던 것이지 여성의 권리나 재생산권의 측면에서 쟁취해낸 것이 아니기에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현재, 낙태를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득세하고 이에 여성주의 진영이 맞서면서 비로소 .. 더보기
다양성과 보편성 ​​여전히 (적어도 학내 여성주의 운동판에서는) 페미니즘을 자유주의페미니즘/급진주의페미니즘/마르크스주의페미니즘/포스트모던페미니즘 등으로 구획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듯 싶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목표는 정의로운 사회여야 한다"는 지향을 또렷하게 가지고 있는 한, 특정 사상가나 조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거나 방점을 찍을 수는 있어도, 배타적으로 하나와 동일시하기보다 현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여러 이론들을 조화시켜내는 것이 필요하며 오히려 바람직하다. 아래는 김희강(2006) 논문의 일부로, 거대이론과 동일성논리를 비판함으로써 급진주의 페미니즘이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포스트모던페미니즘 조류가, 어떻게 다시 두가지 조류와 만나면서 페미니즘을.. 더보기
[여성해방 길찾기③]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여성해방이라는 “정의(justice)”를 향해 [여성해방 길찾기③]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 여성해방이라는 “정의(justice)”를 향해 * 이전 글을 읽으려면: [여성해방 길찾기①]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문화적 부정의(injustice)의 다른 이름[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앞선 글들에서는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러 활동들의 필요성과 의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계점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거센 반발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운동방식의 한계로 지적될 수는 없다. 경제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것이든 문화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것이든, 기득권과의 투쟁에 어떻게 저항이 없으리라 기대할 .. 더보기
[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여성해방 길찾기②] 여성혐오에 맞선 인정 투쟁: 메갈리아, 강남역 10번 출구, 그리고 그 이후 *** 이전 글은 여기서: [여성해방 길찾기①] “여성혐오”, 여성에 대한 문화적 부정의(injustice)의 다른 이름 문화적 부정의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화적 무시가 잘못된 분배로 환원되지 않는 이상, 사회경제적 재분배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리라 보기는 어렵다. 문화적 부정의에 맞서기 위한 별도의 개선책이 요청된다. 자신의 정체성, 생활 방식, 사회적 기여도를 폄하하는 것에 맞선 투쟁. 그동안 대체로 간과되었던, 잘못된 분배로 환원되지 않는 제도화된 무시의 형식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저항. 즉, 무시‧경멸‧모욕‧비난으로 인한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정(recog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