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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페미니스트 프리즘 #2] '정의연 사태'와 쉽게 쓰인 글들 1.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계속해서 정의기억연대(舊정대협), 윤미향 당선인, 나아가 일본군‘위안부’ 운동 및 연구 전반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의연 사태’라고들 부르고 있는 현 상황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종합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은 내 능력 범위 밖의 일이라고 느낀다. 다만, 연일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분량의 언론 보도들을 겨우 쫓아가면서, 감정적인 동요를 겪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수 없이 참담해하면서,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으려고 애썼다. 보수언론과 정치세력의 마타도어를 현 사태의 핵심으로 지적하는 글에도(전지윤),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역사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를 짚는 글에도(강성현), 한-미-일 삼.. 더보기
[페미니스트 프리즘 #1] 인사말 요즘 온라인 공간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는 ‘기성 페미’와 ‘영영 페미(랟펨?)’와 ‘페미는 아니지만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퀄리스트?)’만 있는 모양이고 그 속에서 저는 이름을 잃어버렸는데요. 학부 때 학생 사회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이것저것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기를 멈춘 이들도 있습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유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에 따라붙을 낙인이 두려워서, 가 있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그때 페미니스트들을 향해 쏟아진 낙인을 감수했던, 그리고 지금도 다른 많은 사회적 낙인들에 저항하고 있는 이들이니까요. 추측하기로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의사소통법이 아니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 젠더 법학을 공부하고 .. 더보기
건강을 위해서라는 변명 비교적 외모에 관한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통통한 것이 예쁘다고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고, 대학에 입학하자 운이 좋게도 내가 소속된 학과/반은 페미니즘을 포함한 인권감수성을 높이고자 내규를 만들고 교양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군가 직접적으로 내 외모를 비하하거나 조롱거리, 성적 농담거리로 삼는 일은 적었다. 나 또한 모든 욕망을 대입 이후로 유예하길 요구받는 여느 고등학생들과 같이, 수능이 끝나고선 다이어트와 화장, 쇼핑에 여념이 없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도 엄마 아빠는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을 나무랐다. 이미 충분히 예쁘다, 그리고 예쁘지 않으면 뭐 어떠니.그래서 내가 정말로 외모에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냐 하면, .. 더보기
여전히 모르겠어요, 시와 언젠가 나와 조용히 약속하길 어른이라면 혼자서 감당할 것 고민의 시간은 끝낸 후에 밝힐 것 어지러운 생각은 드러내지 말 것 그러나 가려야 한다면 거짓은 아닐까 너무 어려워 마음속 일어나는 바람 잠잠해지지 않고 모두 흔들어 오해로 가득한 나날이여 오늘의 나를 거짓이라면 어느 곳에 온전한 내가 있을까 그러나 가려야 한다면 거짓은 아닐까 너무 어려워 ᄆ.. 더보기
[SEMINAR 기고글]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 시각예술 웹진 SEMINARISSUE 4.http://www.zineseminar.com/wp/issue04/04-abortion/ 낳아라, 우리가 원할 때 : 인구정책과 낙태죄의 창조글. 은진 1. 여전히/더욱, 인구정책이제 낙태죄에 관한 논의에서 인구정책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키워드가 되었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도화선 삼아 전개된 낙태죄 폐지 운동은 임신중단을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조명했을 뿐 아니라, 낙태죄와 인구정책의 밀접한 관련성에 대한 비판의식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정부가 산아제한의 필요성이 컸던 1960-1970년대에는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공공연하게 권장하기까지 하다가,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되자 낙태죄 처.. 더보기
[집담회] 설리와 나 설리의 죽음을 아파한다고 해서 타인의 삶에 대한 편집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설리가 왜 죽었는지, 누가 설리를 죽였는지를 중심으로만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 추모나 애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자살 소식에 의해 크게 흔들린 사람으로서 나 또한 머리 속에서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내 멋대로 추측하고 그려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속으로 삼켜야 하는 말도 있는 법이다. 적어도 활동가나 지식인으로서 공적인 발화를 할 때에는. 그래서 망설이다 참석한 집담회에서는, 적절한 추모의 방식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설리의 자살을 다룬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말했다. 몸 담고 있어 잘 아는 대상에 대해 말하는 것 정도가 나에게 허락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더보기
요조, 보는 사람 불쌍한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착한 사람은 아냐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강가에서 보기만 할 거에요 한 시간이면 돌아올 거에요 _ 내가 행하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은 옛저녁에 알았다. 실천으로, 몸으로, 밀고나가서 기어코, 키워내고 일궈내고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으레 뿜어져나오는 강렬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 없음을. 깨닫는 데에 많은 통찰력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의욕을 못 이긴 몸이 몇 차례 아픈 치레를 하고는 그저 알게 되었다. 아 그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움직임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다른 누군가에게 무책임하게 양도해버리고도, 놓지 못한 것은 기록자로서의 일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더보기
한강, 유월 유월한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 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 못 일으키고 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밤새 앓아 정든 위장도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 혀끝을 감싸주었는가 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워라 산천, 빛나는 물살도 아니었다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 대로 병들면 떠나려는가 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 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 거기 피어 있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 더보기
한강, 서시 서시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더보기
[게재논문]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 낙태죄의 의미 구성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고찰- 포스트식민 한국사회의 법제, 정책, 담론 검토Historical Sociological Analysis on Construction of Meanings of Abortion : Reviewing Law, Policy, and Discourses in Postcolonial Korean Society 저자(Authors) : 이은진 Lee, Eunjin출처(Source) : 페미니즘 연구 17(2), 2017.10, 3-46 (44 pages) Issues in Feminism 17(2), 2017.10, 3-46 (44 pages)발행처(Publisher) : 한국여성연구소 KOREA WOMENS STUDIES INSTITUTEAPA Style : 이은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