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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논문

'사회통념'의 편향성과 허구성: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폭력 관련 법과 실제 젊은 층의 성인식‧성경험 간 간극

  사회통념의 편향성과 허구성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폭력 관련 법과 실제 젊은 층의 성인식성경험 간 간극

**<공익과 인권> 16호 게재, 이은진(2016) 한국 성폭력 관련 법에 담긴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젊은 층의 섹슈얼리티 비교 연구 20대 대학생대학원생의 성경험과 성인식을 중심으로를 요약 발제

 

0. 들어가며

순결, 정조는 여성억압적 개념이며 따라서 법이 이런 관념을 승인하고 있는 부분은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을 때, 흔히 듣는 말:

 

있잖아,

순결 그런 걸 지키라고 강제하는 건 나쁜 게 맞는 거 같아. 그런데 말이야..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순결을 훼손당하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순결 때문에 더 괴로워하는 게 맞는데, 법이 이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러니까는, 순결이 당위적으로 나쁜 거고 그러니까 앞으로 사회가 변화해가면서 순결을 강조하지 않게 교육해야 하는 건 맞는데. 현실적으로는 여자들이 대부분 순결을 중시하니까. 사회 일반인의 관점에서, 사회 상규에 따라, 사회통념 상 그러니까. 법은 순결을 훼손한 행위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정의로운 거지. 그게 여성들한테도 더 이롭잖아?”

 

-법은 사회통념을 투명하게 담아내는가?

-그 사회통념이 여성의 경험에 관한 것일 때(ex.성폭력), 법은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경험을 담아내는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법의 가정들은 현실적합성이 있는가? 편향성은 없는가?

 

1. 서론

-법이 자유주의적 담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 성차별은 비교적 수월하게 교정되었지만, 남성과 여성의 경험이 대칭적이지 않은 경우, 즉 남성과 여성을 단순히 동일하게 대하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영역에서는 논란이 많은 편. 대표적인 것이 성폭력(섹슈얼리티 폭력)이다.

-‘보호의 논리와 자유의 논리의 충돌

-이 딜레마를 타파하기 위한 두 가지 방향의 여성주의적 비판:

적극적으로 남녀의 차이를 평등론에 포섭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성적자기결정권은 상호주관적인 의사소통의 맥락에서 성적 욕망의 다름을 상호인정하는 민주주의적 의사소통 규칙으로 보아야)

남성과 여성의 권력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움직임(성적자기결정권이나 동의는 결국 남성의 언어로 구성된 여성의 권리일 뿐이므로, 강간은 , 지배력, 통제력에 기반한 성적인 폭력으로 규정해야)

-그러나 두 가지 중 어느 쪽도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ex)2015 성평등 걸림돌: 대법원

 

Q. ?

A. 한국 사법의 남성중심성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분석은 이데올로기적인 층위에서만 가능하고 의미 있음. 구체적인 현실에서 법은 그러한 남성중심적 객관성과 중립성을 일관성 있게 실행관철한다기보다는 일종의 복잡한 사회적 실천. 따라서 그 사이의 복잡한 법적사회적 과정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 필요.

 

"본 연구에서는 사회통념’, ‘일반인의 경험칙’, ‘일반 사회관념등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을 규범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소환되는 현실 판단에 주목하였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법의 해석과 적용에 이르기까지, 사회통념은 법적 추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된다. 강제추행보다 불법성이 높은 행위태양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 유사강간죄를 신설할 때에, 강간 및 유사강간죄에 최협의 폭행협박설을 채택할 때에, 구체적인 사안이 최협의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 폭행협박과 간음행위 당시가 아닌 전후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다라는 정당화 기제는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통념이 누가 생각하는 사회통념인지, 일반인의 경험칙이라 할 때의 그 일반인은 누구를 상정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제기되지 않아 왔다. 이처럼 사회통념이 막연한 추상성의 세계에 떠다니도록 방치한다면, ‘사회통념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특정한 이념 또는 이데올로기를 실어 나르는 도구로서 기능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만약 법원이 현재 사회의 일반적 경험칙을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상정한다면, 여성주의 진영의 주장은 당위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로 여겨질 것이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들 중 많은 부분이 사회통념에 기반하여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한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따라서 보다 유효한 여성주의적 비판을 하기 위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그리고 남성-의 경험을 그려내고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로빈 웨스트(Robin West)는 법이 여성의 고통을 사소하거나 특수하거나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취급하는 이유에 대해서 남성과 여성의 고통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경험으로부터도 다른 쾌락과 고통을 경험하며, 남성과 여성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는 현실도 구조적으로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웨스트는 여성의 쾌락적인 내면적 삶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기를 시도했다. 이는 자칫 주관적 체험 속에서 표류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현재 한국과 같이 성에 대한 개방적인 소통이 부재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에서는 시사점이 크다. 중요한 쟁점은 자유와 보호 사이에 선을 긋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방식의 논리구조 자체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의 내용과 의미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2. 한국 성폭력 관련 법에 담긴 여성의 섹슈얼리티

1) 거절과 저항의 섹슈얼리티 - ‘폭행 또는 협박조문을 중심으로

-강력한 폭행 또는 협박이 없이는 성인 여성을 의사에 반하여 간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임

-이는 첫째, 권리 중심의 자유주의적 법 담론의 틀을 통해 능력과 무기가 대등한 두 개인을 상정한 오류. 둘째, 명시적 폭행협박이 없다면 여성은 위험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거절하고 저항할 것(여성 섹슈얼리티는 거절과 저항의 섹슈얼리티)이라고 생각한 것.

-전자에 대해서는 최근으로 올수록 판례에서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가 다소 보임.

-그러나 후자에 대해서는 공고히 유지되고 있음.

 

2) 신체중심적성기중심적 순결 관념의 소유자 유사강간 조문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통해서 더 이상 정조가 보호법익이 아님을 천명했음에도 강간과 유사강간을 위계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정조를 보호하는 효과를 낳고 있음. 이유는 법정형 판단 기준 중 피해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인 것으로 추측됨.

-성기 간 결합 행위에 의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더 크게 침해된다는 것은 여성이 성기중심적신체중심적 순결관념의 소유자라는 가정에 기반을 둔 것.

 

3) 최초동의는 성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동의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을 중심으로

-아내강간 인정한 최근의 판례

-그러나 여전히 아는 사이이거나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인 경우에는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가 더 어렵다.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85%로 가장 많다는 통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심각한 문제. 아는 관계에서의 신뢰를 이용해 발생하는 강간의 경우 강제성이 뚜렷하게 물리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강제력을 입증하기도 어려운데, 여기에 법원의 가부장적 태도가 어려움을 더하게 되는 것.

-친밀한 관계에서는 동의와 강제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여성이 성행위에 대해 한 번 동의하면 해당 사람에게 해당 성행위에 관해서는 언제든지 허락한 것이라는 생각. 여성의 최초동의를 성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동의로 해석하는 것.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여성 스스로가 발화한 여성 섹슈얼리티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허구성). 오히려 남성의 눈을 통해 재현된 여성 섹슈얼리티, 즉 남성의 성경험과 성인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굴절되고 반사된 여성 섹슈얼리티에 가깝다(편향성).

 

3. 자기 발화 속 여성 섹슈얼리티

 

1)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성적 주체성을 획득해나가는 과정

 

. 무비판적 수용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신념으로

근데 내가 순결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는데 나는 그 전까지 결혼 전까지는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어. 진짜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됐지? (그런 인식이)깨지게 된 계기가 마녀사냥’?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쇼킹했어. 우리나라가 순결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키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성관계를 가지는 게 이렇게 흔하구나. 결혼하지 않아도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게 이렇게 흔하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게.. 정상적이라는 걸, 마녀사냥을 보면서. 왜냐면 순결이니 성이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얘기를 해본 적이 없거든. 사실 거기에 대해서 나랑 비슷한 친구? 공부만 할 줄 알고 그런 거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랑 얘기하면서 우린 진짜 찌질했다..” 그랬거든.

[왜 스스로의 예전 모습이 찌질하다고 생각했나요?] 그게 덧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니까 그게 내가 스스로 고민해보고 그런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학습했던 어떤 학습의 산물인거지. 당연시 여겨졌던 거였거든. 근데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지키지 않는 풍토가 돼 버린 거야. 내가 몰랐던 거야. 그래서 클럽을 가는 것도 되게 죄스럽다? 아니면 성관계를 결혼 전에 가지는 게 굉장히 죄의식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죄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나에 대해서 진짜 찌질하게 느껴졌어.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굉장히 그걸 대단한 것처럼 여겼다는 거에 대해서. (...) 혼전순결을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 [가치관이 바뀐 후에 홀가분해져서요?] 홀가분해진 게 아니라 그냥 행복함이 넘쳐. , 왜 진작에 몰랐을까. 20살에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니까.

-혜영, 23-

 

-그녀의 경험 속에서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적 시선은 불합리하고 넘어서야 할 것으로, 현재의 모습은 성에 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법이 상정한 거절과 저항의 여성 섹슈얼리티가 현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불일치할 뿐 아니라, 여성들로부터 비합리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정켈의 그림일기) 


. 불편하고 부당하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사회적 시선

-성에 관련된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 그러나 사회적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어려워하는 모습. 성행위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순결주의적인 사회 시선으로 인해 자신이 비난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

 

. 약자의 생존전략: 명시적이지 않은 위협에도 피해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났을 때)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사후대처도 하지 못한 것은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으로 인한 비합리적인 행동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본인의 입장을 인지하고, 어쩔 수 없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에 더 가까웠다.

 

2) 성행위의 정신적관계적 측면에 가치 부여

 

. 순결 관념의 거부 혹은 정신적, 관계적 측면에서의 재정의

-12명 중 5명은 순결 관념의 거부

-12명 중 5명은 순결의 의미를 새로이 정의.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었다면 그것은 순결한 것이라고 답변.

 

. ()성기중심적 성인식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순결의 의미를 성기 간 결합에 국한하여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경우 상당함.

-평소 성생활에 있어서도 성기 간 결합을 구강성교, 항문성교, 사물을 이용한 성교 등과 비교했을 때 반드시 더 망설이거나 꺼리지도 않았다.

-첫 성교 경험 이외의 경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경우도 발견됨.

 

. 유사강간죄의 형량에 대한 의문 표시

-12명 중 12명 모두.

 

3) 관계적 사고와 섹슈얼리티

 

. 여성, 관계적 섹슈얼리티의 소유자

-캐롤 길리건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관계적인 사고방식을 보인다. 남성들은 위계적인 가치 체계를 상정한 후 그 우열에 따라서 도덕 판단을 내리며, 타협이나 양보를 할 때에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교환하는 양상. 그러나 여성들은 수평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상대방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도덕 판단을 내린다는 것. 타협에 있어서도 상호 변화를 통해 이루어나가는 것이라는 관점.

-여성 연구 참여자들도 관계적 사고를 드러냄. 성을 사랑의 확인 혹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관계의 의미를 찾음.

-그렇기에 남자친구가 계속해서 스킨십을 원하면 스트레스 받다가 해줬다는 응답도 있었음. 그러나 결국에 성행위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자기자신임을 인지하고 있었음.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타인들을 고려의 범위 안에 넣지만 스스로의 욕구와 감정에 중심을 두는 것.

 

. 최초동의는 성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동의가 아니다

 

.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에 의해 손상되는 관계적 자아

-성과 관련한 피해경험에서, 아는 사람이나 연인, 배우자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 상처가 되었다거나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신뢰가 깨지고 배신감이 느껴지는 등 관계적 자아가 손상을 입기 때문.

-연인이나 배우자 사이에도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죄가 동일한 기준과 형량으로 성립되어야 한다고.

 

4. 남성의 눈을 통해 재현된 여성 섹슈얼리티

 

1) 데칼코마니적 인식: 여성에게도 동일한 기준 적용하기

 

. 남성 섹슈얼리티: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 남성의 섹슈얼리티도 반드시 신체중심적성기중심적이지 않음

 

. 본인(남성)의 경험과 신념을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남성들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성에 대해 방어적이고 순결을 중시하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ex)“답답하다”, “자기한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바보”, “사귀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유사강간죄의 형량에 대한 의문 표시

-14명 중 12명 비판적 입장.

-여성이 성기중심적 순결 관념의 소유자라는 법의 가정이 여성 섹슈얼리티는 물론, (적어도 젊은층) 남성 섹슈얼리티나 남성의 눈으로 재현된 여성의 섹슈얼리티와도 불일치한다는 점.

 

2) ‘피해자 여성에게 명확성 요구하기

 

.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제3자의 입장 취하기: 증거, 명확성, 악용가능성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도, 가해자의 입장에도 감정이입하지 않는 게 대다수. 스스로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 자리매김. 대칭적 서술과 악용 가능성 우려하며 명확한 증거 요구하는 모습에서 드러남.

 

. 명확한 판단 기준으로서 피해자 여성의 저항

-자신을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의 입장에 두었음에도, 결국 특정한 시공간 안에서 위치지어진(situated) 입장이었음.

-남성과 여성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는 지점에서, 남성 연구 참여자들이 객관성의 이름으로 남성의 입장과 현행법을 옹호.

 

폭행 또는 협박.. 굉장히 포괄적인 언어라서, 특히 협박 같은 거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사람이 여자가 원해서 했는지, 또는 그러니까, 이거를 역으로 여자가 이용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있다고 들었고. 그래도 일단 그건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문 자체는 적절한 것 같아요. 대신 협박은 녹취가 있어야 할 것 같고.. .

[앞서 폭력적인 성의 모습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때는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무시하는 것이라고..] 그거랑 강간이랑은 당연히 다르니까. 분명히 한 사람은 싫은데 했어도, 폭력은 맞지만, 그걸 여자가 신고한다? 그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 실제로 만약에 그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폭행이나 유사폭행이 분명 이루어질 것 같아요. 여자가 분명 반항을 할 텐데, 남자가 자기의 성기를 아무 흔적 없이, 상처 하나 없이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상연, 24-

 

3) 친밀한 관계에서 동의와 강제의 경계 모호

 

. 성행위에 대한 최초동의 이후 관계의 양상이 바뀜

 

. 여성의 의사표현은 불확실하다는 생각

-유사한 경험을 여성 연구 참여자는 관계적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 서술한 반면 남성 연구 참여자는 여성의 의사 표현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서술. 관점과 접근 방식의 차이로 인해 같은 사건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미온적 태도

-대체로 동일 기준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답변(14명 중 13명이 처벌해야, 9명이 동일 기준)

-그러나 형량을 낮춰주는 등 정상참작(3), 더 확실한 의사표명이나 증거 요구(2)도 있음.

 

5. 결론

"(...) 우선,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차이를 보였다. 남성 연구 참여자들은 대개 스스로를 순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나 성폭력 피해의 위험으로부터 무관한 존재로 생각했으며, 남성 섹슈얼리티는 일관성 있게 개방적이고 자유로웠다. 그에 비해 여성 연구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에는 순결을 당연시하다가 점차 성적 주체성을 획득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성적 주체성을 획득한 이후에도 사회적 시선에 신경 쓰고 일정 정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여성에게 순결하고 조신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통념과 일치되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았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성행위에 임하거나 성을 즐기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나, 한 편으로는 사회적 평가와 자신이 놓여있는 약자의 위치를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여성 섹슈얼리티는 현실적인 제약 조건들 위에서 형성된 합리적인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 연구 참여자들의 자기발화 속 여성 섹슈얼리티는 비성기중심적이고, 관계적인 속성을 보였다. 순결 관념을 정신적관계적인 방식으로 재정의 하는 등 성기중심적 순결 관념과 불일치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은 서로의 욕구와 필요를 저울질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 연구 참여자들은 여성 섹슈얼리티가 놓여있는 구조적인 조건이나 여성 섹슈얼리티의 합리성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해 남성인 자신의 입장과 데칼코마니처럼 동일할 것으로 상상하거나(비성기중심적 순결 관념), 객관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감정이입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거나(명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여성이 저항해야 함), 성에 관한 여성의 의사표현을 불확실하고 애매한 것으로 보았다(친밀한 관계에서 여성의 의사표현은 변화 가능성이 있는 불확정적인 것). , 남성의 눈을 통해 재현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현실을 그대로 투명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성경험과 성인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굴절되고 반사된 것이었다.

이와 같이 남성의 섹슈얼리티와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다르고, 그 차이로 인해 남성이 생각하는 여성 섹슈얼리티와 여성 스스로가 말하는 여성 섹슈얼리티도 다른 상황에서, 법은 어느 것을 사회통념으로 채택하고 있는가? 성폭력 관련 법에 담긴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가정을 분석해본 결과, 1. 거절과 저항의 섹슈얼리티, 2. 신체중심적·성기중심적 순결 관념, 3. 최초동의를 통해 성행위 전반에 대한 동의를 표시, 세 가지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세 가지 모두 여성 연구 참여자들의 자기발화 속 여성 섹슈얼리티와는 불일치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법이 상정한 거절과 저항의 여성 섹슈얼리티는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실제 여성 섹슈얼리티와 일치하지 않는다. 여성의 자기발화 속에서, 거절과 저항의 섹슈얼리티는 평균적인 여성의 섹슈얼리티도, ‘합리적인 여성의 섹슈얼리티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평소에 성행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거나 향유하기도 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으며, 순결을 강조하는 사회통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했던 과거의 자기자신을 덧없는 것에 집착한비합리적인 모습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순결을 지키기 위해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라는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대는, 여성들의 신념이라기보단 오히려 현실의 여성들을 제약하는 사회적 기제였다. 여성들이 성적인 주체가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자 늘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사회적 제약 조건인 것이다. 법의 시각은 여성 섹슈얼리티의 현실보다는 남성의 눈을 통해 재현된 여성 섹슈얼리티에 보다 가까웠다. 남성 연구 참여자들은 본인을 객관적인 제3자의 위치에 놓았음에도, 명시적인 위험이 없어도 저항할 수 없는 약자의 생존전략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 결과, ‘동의하지 않으면 폭력이라고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처벌을 내리기 위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피해자 여성의 저항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둘째로, 법이 여성을 신체중심적·성기중심적 순결 관념의 소유자로 상정한 것은 현실 적합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여성의 자기발화 속 여성 섹슈얼리티뿐만 아니라 남성의 눈을 통해 재현된 여성 섹슈얼리티, 심지어 남성 섹슈얼리티와도 불일치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법이 남성 성기의 삽입에 의해 강간 여부를 구별하는 것은 이성애주의와 남근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해석기준일 뿐, 더 이상 적어도 젊은 층에게는 성별불문하고 일반적인 경험칙이 아니다. ,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성기 간 결합 행위에 의해 더 크게 침해될 것이라는 사회통념은 허구의 것이며, 따라서 유사강간이 강간보다 적은 법정형을 받는 것은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

마지막으로, 법이 성행위에 대한 여성의 최초동의를 포괄적인 동의로 파악하는 것 또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동의를 구하지 않고 언제나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에 현실과의 간극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시각에 부합하는 것이다.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자기발화 속에서 그녀들은 관계적인 방식으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행위를 사고했다. 친밀한 관계를 서로의 욕구와 필요를 저울질하는 사이로 생각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거나 조르면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지만, 같은 이유로 아는 사이에 벌어진 성폭력으로부터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 응답했다. 신뢰가 깨지고 배신감을 느끼는 등 관계적 자아가 손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의 관계적 섹슈얼리티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여성의 의사표현이 불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친밀한 관계를 성행위를 하기 위한 역치가 낮아진 사이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 의사표현에 대한 불신과 결합하여 결과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을 처벌하는 것이 가해자(남성)에게 과도한 것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와 같이 여성과 남성의 입장이 구분될 때에, 법은 피고인이 그 여자도 원했다고 합리적으로생각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여성이 피고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였다고 합리적으로생각한 것에는 주목하지 않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바라보는 법의 관점은 여성의 것보다는 남성의 것에 가깝거나, 더 이상 젊은 층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주류적이지 않은 사고방식.

-법은 여성과 남성의 입장이 구분되는 상황에서 남성의 것을 채택(편파성) 혹은 사회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근거 없음(허구성)

 

=> 따라서

성폭력 관련 법의 최협의 폭행협박설, 강간죄보다 낮은 유사강간죄의 형량,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무죄 혹은 낮은 양형이 변화해야 함

법이 진정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적 판단의 과정에 누락되어온 여성의 입장과 여성의 견해를 고려해야 함!!!

 

6. 나가며

-‘사회라는 거, 하나의 단일하고 균질적인 집단 아님. 그러므로 사회통념도 당연히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님. 머리 속에 즉각적으로 떠오는 걸 사회통념이라고 여겨버리면 사실은 굉장히 특수하고 일부에 불과한 기득권 집단의 사고방식에 보편성의 색을 입혀주는 셈이 될 위험성.

-이런 상황에서 점잖게 뒷짐 지고 있는 것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일 리가 없음. 여성의 입장과 여성의 견해를 일부러’ ‘굳이조명해야만 비로소 그동안 누락되어 왔던 부분이 고려의 대상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고, 객관성과 중립성에 보다 다가설 수 있는 것.

-‘강한객관성(도나 해러웨이)

-“짓밟힌 이들을 위한 판타지 법학”(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