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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보는 사람 불쌍한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착한 사람은 아냐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강가에서 보기만 할 거에요 한 시간이면 돌아올 거에요 _ 내가 행하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은 옛저녁에 알았다. 실천으로, 몸으로, 밀고나가서 기어코, 키워내고 일궈내고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으레 뿜어져나오는 강렬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 없음을. 깨닫는 데에 많은 통찰력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의욕을 못 이긴 몸이 몇 차례 아픈 치레를 하고는 그저 알게 되었다. 아 그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움직임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다른 누군가에게 무책임하게 양도해버리고도, 놓지 못한 것은 기록자로서의 일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더보기
[전시]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 독일로 간 한국간호여성들의 이야기 (Women Who Transcended Boundaries)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 독일로 간 한국간호여성들의 이야기 (Women Who Transcended Boundaries)서울역사미술관 _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네." 노동이주와 관련한 문구로는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문구일 것이다. 한 사람이 올때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온다는 것, 그러니 그 복잡하고도 묵직한 삶들을 경제 요인 두어개로 환원시켜 셈하려는 계획은 어김없이 실패하리란 것. 그러나 파독 간호사들의 군화가 뿜고 있는 메시지는 세계적 자본주의 하 노동이주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경제학적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데올로기 효과로도 다 소진되지 않는, 알알이 빛나는 개인의 서사, 욕망, 목소리, 몸.. 그 진동과 무게에 대하여. 경계를 오갔던 '특수'.. 더보기
소년이 온다, 수상소식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수상 내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으나, 널리 읽혀야 할 글이 널리 읽히게 되는 일이라면야. 게다가 아끼는 작품을 만나면 주변에 영업하기 바쁜 나로서는, 소감을 공유할 사람이 늘어날 것이 더 없이 기쁘다. 문장 부호가 드문 글이다. 따옴표나 느낌표가 없고 의문문이어도 물음표로 끝맺지 않는 문장이 많았다. 여러 차례 속으로 곱씹고 되뇌다보니 네 것인지 내 것인지 알 수 없어진 말들 같아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 향해서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좋았다. 쓴 이가 그토록 눌러 적은 것이라 읽는 나에게 이렇게나 묵직한가, 읽힌다기보다는 새겨지는 것 같은가, 했다. 그렇지만 이 글 전체에 대해서 무어라 말을 얹는 것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