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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섣부르게 과장하지 않는다. 일상 속의 작고 사소한 계기에 사람의 마음은 비가역적으로 움직여버리고, 그 변화가 삶의 방향마저 바꾼다는 점. 그 소박한 진리를 충실히 담아낸 영화였다. 료헤이에게 아들은 더이상 나를 충족시켜줄 대상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그럼으로써 그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그 변화에 '아버지가 된다'는 이름이 붙었다. 비단 아버지만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라는 것이 모두 그럴 것이다. 더보기
아무르 나는 이 영화가 병환과 죽음 앞에서 스러져가는 사랑의 보잘것없음을 그리려고 했다고도, 윤리까지 뛰어넘어 상대방을 죽일만큼 강력한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고도 보지 않는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상대방과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나 완벽하게 일체도 아닌, 특정한 심리적 거리를 형성한다. 혹은 그 상태가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이 고통받고 그로 인해 다른쪽에게 현실적인 부담이 생겼을 때, 두 사람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상대방의 고통으로 인한 고통과 내가 겪는 고통. 영화가 묵묵히 담으려고 했던 것은 이 지점이 아닌가 한다. 질병에 대한, 죽음에 대한 영화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에 감독이 붙인 제목이 Amour, '사랑'인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더보기
클로저 사랑에 대한 가장 큰 냉소.진실과 사랑이 무관할 뿐 아니라 방해가 될 뿐이라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교환하고 공유했던 세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섹스 이상의 사랑을 모르는 단순무식한 래리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었다. 사랑의 환상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한 그것을 양 당사자가 열렬히 원하고 그 결과 믿을 때이다. 그러나 간신히 지탱되는 위태로운 것이기에 어떤 순간이 찾아오면 쉽게 깨진다, 아프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