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忘 혹은 備忘 14
나를 빨아들이는 길.
나를 뱉아내는 길.
빠져나올 수 없는 길.
들어갈 수 없는 길.
영원토록 길이 나를 가둔다.
영원토록 길이 나를 해방시킨다.
떠나야 할 시각이 길게 드리워진다.
그가 끝나도 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길 모퉁이에 이따금씩
추억의 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것이다.
우연의 형식들로 다가오는 모든 필연을 견디면서
이미 추억이 다 된 나무 한 그루
백발의 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것이다.
-최승자, 내 무덤, 푸르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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