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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논문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내려지는 엄벌: 「가족살해 가해자의 특성과 양형요인에 대한 연구」

손지선, 이수정 (2007), 가족살해 가해자의 특성과 양형요인에 대한 연구(Famicide Offenders' Characteristics and Factors for Sentencing),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1(1), 1-17


선행연구: 성별과 양형

-'기사도(chivalry)' 혹은 '온정주의(paternalism)' 가설: 양형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Moulds, 1978)

-악녀 가설(evil women hypothesis): 여성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남성보다 더 심각한 범죄자로 인식되어, 남성보다 더 엄한 형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Bernstein, 1977; Bowker, 1978; Rasche, 1975)

-Nagel&Hagen(1982): 기사도/온정주의 가설과 악녀 가설은 여성범죄자를 판정하는데 있어서 서로 경쟁하는 논리이기보다 상호보완적이다. 여성의 범죄가 여성의 성역할 기준의 연장선에서 이해가 되면 기사도나 온정주의에 입각한 양형이 가능하나, 만약 여성의 범죄가 전통적인 여성의 성역할 기준에 어긋난다면 같은 범죄를 저지른 남성과 같거나 더 심한 양형을 받는다.


연구가설

1) 전과횟수가 가족살해와 일반살해에서 유사한 경향을 나타낼 것이다. 가족살해 가해자의 범죄력의 경향성이 일반살해와 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2) 가족살해는 일반살해보다 더 중한 양형을 받았을 것이다. 가족을 죽였다는 점이 중형의 이유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3) 가족살해의 경우, 여성가해자가 같은 범죄를 저지른 남성가해자보다 더 중한 양형을 받을 것이다. 가족을 죽인다는 것은 여성의 사회통념적인 성역할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으로서, 기사도나 온정주의적 기준보다는 악녀가설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4) 배우자 간 살해의 경우, '부인의 외도'는 양형을 결정하는데 유효한 변수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는 별다른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적 견지에서 보자면 부부 간의 성적 정절은 주로 부인의 성적 정절로 인식되며,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남편의 외도는 묵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자

2000년도에 전국의 교도소에서 수용되어 있었던 수감자 자료 902명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이수정, 서진환, 이윤호, 2000) 자료 중 죄명이 살인에 해당하는 사건자료만 따로 추출. 죄명이 살인에 해당하는 것은 387건.

그 중 가족이 가해자 및 피해자였던 사건은 총 94건. 부인을 살해한 남성은 29명, 남편을 살해한 여성은 29명.


결과

1) 연구가설1은 지지되지 않았다.

-가족살해 가해자는 거의 대다수가 본 건으로 1건인 전과횟수를 보였으나, 일반살해의 경우는 1건이 비율상 가장 높긴 해도 전과횟수가 1건에서 15건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즉, 가족살해 가해자는 일반살해 가해자에 비해서 더 낮은 실형 전과횟수를 보였다. 가정 내 폭력은 거리범죄자들의 폭력과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Megargee(1982)가설을 지지한다.

-가족살해에서는 가해남성 52.1%, 여성 47.9%. 일반살해에서는 가해남성 91.8%, 여성 7.8%. 즉, 가족살해의 경우 일반살해보다 월등하게 여성가해자가 많았다. 이는 Wilson&Daly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여성이 가정 내에서 겪는 갈등이 가정 밖에서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가족살해의 가해자 연령대는 일반살해의 가해자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가족살해 가해자는 40~49세가 57.8%로 가장 많았고, 40대 이상의 비율이 77.8%였다. 긴 기간동안의 가족 간의 심리적 역동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가정케 하는 대목이다.


2) 연구가설2는 지지되었다.

-가족살해와 일반살해 가해자의 형기에 대한 빈도와 비율을 살펴본 결과, 가족을 살해한다는 것이 일반살해에 비해서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분산분석 결과, 일반살해는 어떠한 가족살해(남편살해, 부인살해, 비속살해, 존속살해)보다도 가장 짧은 형을 선고받았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가족살해의 유형별로는 남편살해가 부인살해와 비속살해에 비해서 더 중한 양형을 보였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3) 연구가설3은 지지되었다.

-상관계수를 살펴본 결과, 성별과 양형은 부적인 상호작용을 가져서 여성이 긴 양형과 상관을 보였다.(r=-.326, p<.01)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다른 범죄관련변수들을 통제하고도 성별 변수가 유효하게 양형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1,61)=7.384, p<.01) 성별은 약 10.1%의 변산을 추가로 더 설명해주었다. 


4) 연구가설4는 지지되었다.

-배우자 간 살해의 경우, 판결문 상에 나타난 살인동기는 다음과 같다; 

    -부인살해사건의 경우, 부인의 외도 41.4%, 부인의 모욕에 격분 20.7%, 부인의 결별요구에 격분 17.2%. 

    -남편살해사건의 경우, 남편의 모욕, 폭행에 격분 37.9%, 부인 자신의 외도 31.0%, 남편의 지속적 학대 13.8%.

 배우자 간 살해의 경우, 탄원서 상에 나타난 살인동기는 다음과 같다;

    -부인살해사건의 경우, 부인의 외도 31.03%, 음주나 환각 20.69%, 피해자의 결별요구에 격분 17.24%, 부인의 모욕에 격분 10.34%

    -남편살해사건의 경우, 남편의 모욕과 폭행 27.59%, 범행사실을 부인 13.79%, 공범의 회유나 협박 13.79%, 남편의 지속적 학대 10.34%, 음주나 환각 10.34%, 남편의 외도 6.9%.

 -'가해자의 외도 관련 배우자 살인'은 해석에 주의하여야 한다. 판결문과 탄원서 상의 살인동기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판결문 상에는 여성의 9명(31.0%)이 부인 자신의 외도로 인해 남편을 살해하였다고 나타나지만 탄원서 상에서는 부인 자신의 외도로 인한 남편살해는 1명뿐이다. '부인의 외도'는 가해여성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법체계에서 주요한 살인동기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13. 외도여부와 양형 (본 논문에서 인용)

가해자

 외도 여부

 N(%)

 없음

가해자외도 

 피해자외도

 남편

 20(69.0)

1(3.4) 

8(27.6) 

29(100.0) 

 부인

 9(31.0)

18(62.1) 

2(6.9) 

29(100.0) 

 

 외도여부에 따른 양형의 M(SD)   단위:개월

 N

 남편

127.80(43.94) 

120.00 

79.50(48.30) 

29 

 부인

129.33(57.17) 

225.00(26.83) 

162.00(110.31) 

27 


-위 표에서 보듯, '부인의 외도'는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가장 짧은 양형을, 아내가 가해자인 경우에는 가장 긴 양형을 가져온다.

-회귀분석 결과,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 부인의 외도가 양형과 부적 상관을 보여(r=-.445, p<.01), 부인의 외도가 확인될수록 남편의 양형이 짧아졌다. 부인의 외도는 형을 예측하는 유효한 변수였고(F(1,27)=6.649, p<.01), 모형의 설명력이 19.8%에 달하였다.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 양형과 부인의 외도 사실이 정적 상관을 보여(r=.492, p<.01), 부인의 외도가 확인될수록 양형은 길어졌다. 이 경우에도 부인자신의 외도는 형을 예측하는데 남편의 경우보다 더 유효한 변수로 나타났고(F(1,25)=7.974, p<.01), 24.2%에 달하는 설명력을 지녔다.

단,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에서 '남편의 외도'의 빈도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결과의 해석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논의

-남편살해가 아내살해보다 더 중한 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명기제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남편살해의 경우 대부분 공범이 존재한다거나 부인살해의 경우 대부분 남편의 만취 중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하는 설명들이 양형에 있어서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살해의 많은 사례에서 장기간의 아내학대가 내재한다거나 다수 사례에서 남편살해의 공범이 다름 아닌 자녀들이라거나 하는 점(이수정, 서진환, 2005)을 고려한다면, 양형의 결정에 성역할에 따른 차별적인 기준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가해자가 남성가해자보다 중한 형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악녀가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부인의 외도' 변수가 남편살해와 아내살해에서 상반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악녀가설이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성적 정절은 일견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로 보이나, 현행 형사사법 체제는 성적 정절을 지키지 못한 여성만을 악녀로 낙인찍고 있고 이것이 양형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동한다.

-한편, 남편살해 여성들의 피학대 사실은 판결문 상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이는 현존하는 형사사법 조사절차에서 외도라는 변수는 범행의 주요 동기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피학대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