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칭찬, 선물. 그리고 웃음. '네가 좋아, 우리 친해지자' 하는 이 투박한 손 내밀기에, 나이가 든 만큼 매끈해진 소셜스킬-그 원활하고 점잖은 상호작용 망 속에서 영위되던 내 일상에 파문이 일었다. 결핍에, 부러움에, 불안함에 휘청거리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사랑받고 싶단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나이가 이토록 예뻤던가. 지나오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압권은 윤이의 "그럼 언제 놀아?"라는 명대사일 것이다. 옳고그름과 형평을 따지는 정의justice의 논리를 잠시 억압해두고 상대방이 나에게 가지는 주관적 의미를 생각할 때, 관계relationship가 시작된다는 것. 내가 성인이 되고도 좀처럼 깨닫지 못했던 이 명제를 세 단어로 압축해낸 촌철살인.
2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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