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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드라마] '나의 아저씨' : '키다리 아저씨'를 비틀어내다 '나의 아저씨'는 논란이 많은 작품이었다. 방영 전부터 주인공 커플의 나이차가 부각되어 뭇매를 맞았고, 제작사가 인물관계도를 수정하여 둘 사이 애정선을 지운 뒤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별적인 씬의 연출이나 대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주된 비판의 초점은 '처지가 훨씬 나은 40대 아저씨 옆에 최악의 현실에 처해있는 20대 여성을 붙여서 아재들이 자기위로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점인 듯 하다. "기득권 아재들의 피해자 코스프레"(황진미), "아재들을 위한 위무곡, 아재에게도 결례"(이승한), "'영포티' 판타지 재생산하는 게 예술?"(김종성) 등. 김종성은 한 발 더 나아가, "왜 굳이 45세 남성과 21세 여성이 서로의 삶을 치유해야 하나"라며 "SBS 에서 손무한과 안순진, 두 중년 남녀의 관.. 더보기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영어제목: I got married as a job) - 가사노동에 대한 유쾌한 사고실험 유쾌한 드라마였다. 고학력임에도 불안정고용과 위계적 조직문화로 소진되어 가기만 했던 미쿠리가 우연히 하게 된 하라마사의 가사대행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여차저차해서 입주형 전업가사대행이 되기 위해 외형만 부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주부가 되는것을 ‘취집’이라며 비난하는 세태를 멋지게 뒤틀어낸 데가 있었다. 가정주부로 취업하는 게 뭐가 나빠, 가사노동도 시간과 노력뿐 아니라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청되는 엄연한 ‘노동’인데다가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내추럴 본 공대생 하라마사가 계산기 두드려본 결과 급료를 주어가면서라도 이 고용계약 하는 편이 자기한테도 유익하달 정도인걸,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였다면 가사노동에 관한 반쪽짜리 통찰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의 미쿠리가.. 더보기
[드라마] 마더 - 어머니'들'의 이야기,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 상찬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리메이크임에도 원작을 넘어서는 연출, 정서경작가가 새로 쓴 대사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다양한 어머니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 중 평면적인 인물은 없었다. ‘혼자 밥 차려먹다 서글퍼져서 떠올리는’ 그런 엄마가 아닌(어느 작가는 지도생들이 이렇게 써오면 무조건 돌려보낸다고도 했다, 게으른 상상력을 탓하며), 저마다의 사정, 욕구, 개성을 지닌 존재로 어머니를 그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으로도 의미 있다 여겼다(이 지점에선 이혜영분 영신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미혼모 이슈도 녹여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무엇보다, 성장 스토리라서였다. 스스로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일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진이 혜나를 만나 엄마가 되기로 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