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보는 사람
불쌍한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착한 사람은 아냐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강가에서
보기만 할 거에요
한 시간이면 돌아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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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하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은 옛저녁에 알았다. 실천으로, 몸으로, 밀고나가서 기어코, 키워내고 일궈내고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으레 뿜어져나오는 강렬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 없음을. 깨닫는 데에 많은 통찰력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의욕을 못 이긴 몸이 몇 차례 아픈 치레를 하고는 그저 알게 되었다. 아 그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움직임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은 다른 누군가에게 무책임하게 양도해버리고도, 놓지 못한 것은 기록자로서의 일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그보다 오랜 시간이 들었다. 보이는 것을 적어내야 겠다고, 들리는 것을 번역해내야 겠다고, 그것이 남들보다 잘 보고 잘 듣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리라 여겼다. 나의 존재의의를 긍정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부채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내가 그저 보는 사람임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더 정확하게 적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나,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내가 항상 지닌 능력이라면 기록의 능력은 가끔씩만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고요하게 알게 되었다. 손바닥 감각이 예민하다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을 모두 움켜쥘 수는 없다. 사실 그건 아무도 할 수 없다. 요즘의 나는 그 누구에게도 요구하지 못할 기준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못난 일을, 하나씩 인지하고 그만 두는 데에 열심이다.
2017.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