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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기타

[전시] 기록 기억 :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 (사진 : '미치나')기억은 진실을 담고 있으나 선명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그 증명은 피해자가 아닌 사회의 몫, 특히 기록을 더듬어 연결해나가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 2019.03.08. 더보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 '키다리 아저씨'를 비틀어내다 '나의 아저씨'는 논란이 많은 작품이었다. 방영 전부터 주인공 커플의 나이차가 부각되어 뭇매를 맞았고, 제작사가 인물관계도를 수정하여 둘 사이 애정선을 지운 뒤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별적인 씬의 연출이나 대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주된 비판의 초점은 '처지가 훨씬 나은 40대 아저씨 옆에 최악의 현실에 처해있는 20대 여성을 붙여서 아재들이 자기위로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점인 듯 하다. "기득권 아재들의 피해자 코스프레"(황진미), "아재들을 위한 위무곡, 아재에게도 결례"(이승한), "'영포티' 판타지 재생산하는 게 예술?"(김종성) 등. 김종성은 한 발 더 나아가, "왜 굳이 45세 남성과 21세 여성이 서로의 삶을 치유해야 하나"라며 "SBS 에서 손무한과 안순진, 두 중년 남녀의 관.. 더보기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영어제목: I got married as a job) - 가사노동에 대한 유쾌한 사고실험 유쾌한 드라마였다. 고학력임에도 불안정고용과 위계적 조직문화로 소진되어 가기만 했던 미쿠리가 우연히 하게 된 하라마사의 가사대행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여차저차해서 입주형 전업가사대행이 되기 위해 외형만 부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주부가 되는것을 ‘취집’이라며 비난하는 세태를 멋지게 뒤틀어낸 데가 있었다. 가정주부로 취업하는 게 뭐가 나빠, 가사노동도 시간과 노력뿐 아니라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청되는 엄연한 ‘노동’인데다가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내추럴 본 공대생 하라마사가 계산기 두드려본 결과 급료를 주어가면서라도 이 고용계약 하는 편이 자기한테도 유익하달 정도인걸,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였다면 가사노동에 관한 반쪽짜리 통찰이었을 것이다. 작품 속의 미쿠리가.. 더보기
[드라마] 마더 - 어머니'들'의 이야기,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 상찬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다. 리메이크임에도 원작을 넘어서는 연출, 정서경작가가 새로 쓴 대사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다양한 어머니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 중 평면적인 인물은 없었다. ‘혼자 밥 차려먹다 서글퍼져서 떠올리는’ 그런 엄마가 아닌(어느 작가는 지도생들이 이렇게 써오면 무조건 돌려보낸다고도 했다, 게으른 상상력을 탓하며), 저마다의 사정, 욕구, 개성을 지닌 존재로 어머니를 그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으로도 의미 있다 여겼다(이 지점에선 이혜영분 영신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미혼모 이슈도 녹여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무엇보다, 성장 스토리라서였다. 스스로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일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진이 혜나를 만나 엄마가 되기로 결.. 더보기
[전시]역사를 몸으로 쓰다展 역사를 몸으로 쓰다展 (~2018.01.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몸으로 써내려간 역사는 명시적이지 않다. 퍼포먼스로 역사적 사건을 ‘재상연reenacting’하는 것은 언어로 역사를 서술describing’하는 것과 다르다. 몸짓은 소통하는 언어활동 내에 있지만 문장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언어활동 속에서 파악되지 않는다. 조르주 아감벤Giorgio Agamben의 용어대로라면 몸짓은 ‘목적 없는 수단’으로서, 언어적이면서 동시에 언어 너머 혹은 바깥에 있고, 특정 목적으로 결정화되지 않는 ‘잠재성’의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이다. 언어로 역사 쓰기가 역사를 재현하거나 명증하려는 정확한 목적성에 있다면, 목적없는 수단으로서의 몸짓은 언어가 가둬놓은 틀을 뚫고 나와 언어가 기입된 역.. 더보기
[전시]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 독일로 간 한국간호여성들의 이야기 (Women Who Transcended Boundaries)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 : 독일로 간 한국간호여성들의 이야기 (Women Who Transcended Boundaries)서울역사미술관 _ "노동력을 불렀더니 사람이 왔네." 노동이주와 관련한 문구로는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문구일 것이다. 한 사람이 올때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온다는 것, 그러니 그 복잡하고도 묵직한 삶들을 경제 요인 두어개로 환원시켜 셈하려는 계획은 어김없이 실패하리란 것. 그러나 파독 간호사들의 군화가 뿜고 있는 메시지는 세계적 자본주의 하 노동이주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경제학적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데올로기 효과로도 다 소진되지 않는, 알알이 빛나는 개인의 서사, 욕망, 목소리, 몸.. 그 진동과 무게에 대하여. 경계를 오갔던 '특수'.. 더보기
언니네 이발관 6집 TEASER#2 난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게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나는 그걸 너무 빨리 알게 됐어, 너무 빨리 _ 6집 선공개곡 오픈을 앞두고 언니네이발관을 반복재생 중인 요즘. 나는 5집의 노랫말을 볼 때면 가사의 화자에게 시와의 당부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거리에 자신의 몫은 조금도 없음을 깨닫고 소중한 것이 이렇게 버려졌음을 갑갑해하는, 참 더럽게 외로운 나그네라 자조하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었지만 잊을 수 없는 게 어딘가 남아 있을 거라며 길을 가는, 그 사람이. 영원성의 부재를 쓸쓸해 어쩔 줄 몰라한다고 생각되었으므로. 오죽하면 함부로 태어나지도 말고 사랑에 쉽게 빠져들지도 말라지 않는가. 그 사람에게 동일시되었던 나의 자아의 한 측면에게, 변함없이 그 자.. 더보기
[전시]삶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프리다 칼로 <생명의 꽃> ​ 좌: 프리다 칼로 (1944) / 우: '생명'의 전형적인 이미지 생명은 푸르고 빛나며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정했던가. '생명'이라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들-새로운 것, 푸른 것, 여린 것, 환하고 빛나는 것, 그리하여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포악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의 무질서와는 대비되는 것-과 달리, 프리다 칼로의 은 갓 적출한 나팔관과 아열대의 식충식물을 연성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괴기스러운 이미지로 생명을 표상하면서, 그녀는 삶의 아름다움에 심취해있는 예찬론자들과 분명한 거리를 둔다. 오히려 그녀는 그린다: 고통으로 가득한 열대우림 속에서 붉게 꿈틀거리며 연명하기 위해 매순간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삶이다, 라고. 적어도 나의 삶은 그러했다, 고. ​ 좌: 프리다 칼로 (1935).. 더보기
허니와 클로버 honey & clover 1. 2. 3. 4. 5. 더보기